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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구출 작전

2011. 7. 3. 19:35 | Posted by 가i아

 


사무실 뒷 마당, 계단 내려서는 곳에 나무가 있다. 처마와 나무 사이로 곧잘 거미줄이 드리워져 있곤 한다. 어떨 때에는 아무 것도 없이 휑한 거미줄일 적도 있고 또 어떨 때에는 하루살이 정도가 걸려들어 있기도 하다. 전날 밤에 제법 비 내린 수욜 아침, 빗방울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잠자리 한 마리가 애처로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거미 요 놈.. 나쁜 xx"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구출 작전을 펴기로 했다.

미션: 연약한 잠자리를 온전한 형태로 구출하기. 잠자리를 달고 있는 거미줄이 가위로 싹둑 잘라지듯 끊어지면 얼매나 좋을까. 긴 막대로 끊으려 하다가 안되어 끌어다가 나뭇잎 위로 가져다 놓았다. 거미줄이 엿가락 마냥 길게 따라 온다. 연약한 몸체와 날개가 찢어질 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이다. 힘 조절을 잘못 하면 영낙없이 잠자리가 불구가 되게 생겼다. 강력히 힘을 모의되 오차 없이 힘을 쓰느라 온 신경이 곤두 섰다. "나쁜 거미xx"

이번엔, 날개와 날개 사이 그리고 날개와 몸체 사이를 찐득하게 엮고 있는 거미줄을 제거하여야 한다. 가까이 놓고 세심히 보면서 하여야 잠자리의 몸 상태를 보존할 수 있겠기에 긴 막대에 붙어 있는 채로 테이블 위로 가져와야 했는데, 거미줄을 달고 있는 잠자리가 막대에 붙어 있고 그 막대는 나뭇잎에 붙어있더라. 겨우 막대를 나뭇잎으로부터 떼어낸 후 잠자리가 붙어있는 막대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 일회용 포크를 찾아내었다. 요 아래는 막대에 끈끈이로 붙어 있는 잠자리. "나쁜 거미xx"

날개와 날개가 서로 붙어 있고 그것이 몸통과 붙어 있고, 그것이 또 막대에 붙어 있다.

심혈을 기울인 결과, 요 정도로 상황이 호전되었다. 부드러운 티슈와 일회용 포크를 사용하였다. 꽁지는 아직 막대에 붙어 있다. 끊어질까 조심스럽다.

또다시 심혈을 기울여 꽁지가 막대로 부터 분리되었다. 몸통이 부러질까 날개가 찢길까 노심초사하였다.

한 쪽 날개 끝에 하얀 것이 보인다. 끈끈이 거미줄 땀시 티슈가 찢겨서 붙은 것이다.  이렇게 몸통과 날개를 보존하기 위하여 엄청 애썼다. 


일회용 포크로 티슈 조각을 떼어냈고, 막대를 살짜기 치워보았다. 옆으로 넘어진다.  사진은 여기까지를 보여준다. 

 
요 다음 장면은: 일회용 포크로 살짜기 건드려서 바로 세워 주었고, 막대를 다시 가져다 놓았더니 그 위에 올라 타고서 조금씩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날개와 날개 사이를 일회용 포크와 티슈를 적절히 이용하여 떨어뜨려 놓았다. 여전히 끈끈이가 남아 있어서 날개와 날개 그리고 날개와 몸통이 다시 붙을까 우려되었다.

막대 위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10분 정도 후에 다시 나가 보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주변를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어디에도 잠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 사이 새가 날아와서 채간 흔적이 있는가 하고 뒷마당 전체를 눈으로 살펴보기도 했다.

결론: 사람이 지켜보고 있을 적에는 위기감에 몸을 사리고 있다가 혼자 남겨지자 본격적으로 날개짓을 해서 날아갔나 보다. 잠자리는 알까, 내가 아군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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